꿈
침대 위에서 몇 번인가 몸을 뒤척이면서 프란치스꼬는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하고 한숨
푹 잠들어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처음엔 달래듯 부드럽게, 다음엔 엄하게 어서 잠들라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생각하지 마라, 제발 마음아 잠들어다오. 조금이라도 쉬지 않고선, 잠들지 않고선 … 이
광기어린 암흑 속에서 마음을 억누르는 절망으로부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지 않는가."
그는 침대에서 뛰쳐 일어나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방안을 헤맸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건 마치 미친 상태가 아닌가. 이유도 없이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운가. 어찌하여 이렇게 진정이 안되는가. 어리석다, 프란치스꼬! 침대로
돌아가라. 진정하는 거다."
그는 침대 위에 몸을 던지고 전신의 힘을 빼려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하여도 잠들 수가
없었다. 그는 한밤 내 땀에 젖은 몸을 뒤척이면서 왜 잠들지 못하는가를 생각하였다.
실은 병이든 이후, 더우기 결단을 내어 침대를 벗어나 태양 아래 섰던 그날 아씨시의
언덕길을 걸으면서 이상한 쓸쓸함을 체험한 후로부터 줄곧 이런 상태였던 것이다.
매일밤 공포에 시달리며 극히 짧은 시간 잠이 들락말락하다 마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번쩍번쩍 빛나는 궁전의 넓은 방으로 인도되어 갔다. 그곳에서 그는 눈부시에
아름다운 신부차림의 귀부인을 알현하였다. 벽에는 승리의 기념배와 투구 등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가 커다란 소리로 이 성(城)이 누구의 것이냐고 묻자 노래하는 듯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궁전은 프란치스꼬 베르나르도오네와 그 시종의 것."
프란치스꼬는 눈을 떴다.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꿈의 내용, 즉 그가 멀지 않아 대영주가 된다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고 살아가기 위한 목적이 되는
것이었다. 그 꿈에는 환영(幻影)과 같은 어떤 확실한 것이 느껴졌었다. 만일 그 꿈이
프란치스꼬가 가산을 잃고 거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역시 그 일이 가야할 길을
지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를 기쁘게 하였을 것이다. 목적이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그 목적지가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는가 하는 문제보다 훨씬 중대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가치와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상관된 일이기도 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딘가를 향하여 전진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었다. 그 꿈은 얼어붙은 듯
마비되어 있던 그의 의지를 녹이기 시작했다.
이 꿈을 실현시키고자 결심한 프란치스꼬는 무엇보다도 떠나는 일이 선결 문제라고
생각했다. 교황 인노첸시오 3세 휘하에서 눈부신 승리를 거듭하고 있는 노르망인(人)
대장 브리엔느공(公)의 월타아군에 참가하기 위해 아씨시를 떠나던 아침의 그 상쾌한
기분을 프란치스꼬는 지금도 똑똑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의 꿈도 환영도
그렇게 간단하게 그의 인생의 물결을 호조(好調) 또는 불호조로 바꾸어버리지는
못하였다. 출발 후 불과 하루 낮, 하루 밤이 겨우 지나고 이튿날 밤이 되자 스뽈레또에서
그 목소리를 다시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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