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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베리 & 스위머, 1992)라는 책을 보면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나온다. 즉 우주 탄생 이후 흐른 시간인 150억 년(더욱 정확한 수치는 137억3천만년)을 1세기로 환원하면 1우주 년은 약 1억5천만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산법에 의하면 지구가 탄생한 시기는 70년쯤이며 이후 20년 동안 생명은 단세포 박테리아 형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유기체들은 지구의 대기, 대양, 지질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더 복잡한 형태의 생명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구를 변형시켰다. 93년에 비로서 새로운 단계의 창조가 시작됐고 95년에는 최초의 다세포 유기체가 출현했다. 최초의 신경조직은 96년에 나타났고 최초의 척추동물이 등장한 것은 2년이 지나서였다. 포유류의 등장은 98년 중반에 가능했고, 2개월(1우주개월은 1,250만년에 해당)이 지나 공룡과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전에 소행성들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들을 멸종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류가 등장해 직립을 시작한 것은 12일(1우주일은 41만1천년에 해당) 전이었고, 도구를 사용한 호모 하빌러스는 6일 전, 불을 다룰 줄 알았던 호모 에렉투스는 1일 전, 현대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불과 12시간(1우주시간은 약 17,000년) 전에 등장했다.
1세기의 마지막 날의 정오쯤에 출현한 현대 인류는 오후와 저녁의 대부분 시간 동안에는 자연과 조화를 유지하며 살았다. 사실 농경이 시작된 마지막 날의 40분(1우주 분은 285년)까지 인류는 지구의 생체 활동의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인류의 일부가 도시를 건설하면서 지구 생체 활동에 대한 개입이 조금씩 늘어난 것은 마지막 날의 20분 전이었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식민지 확장이 이뤄지면서 인류가 본격적으로 생태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 날의 2분 전이었다. 빈부 격차가 급속히 확장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의 12초(1우주 초는 4.75년) 동안 개발(착취)의 주기와 생태계의 파괴가 급속히 이뤄졌다. 다음은 이 시기에 이뤄진 일들의 단면이다.
* 우리는 인류의 생존에 무척 중요한 열대 우림 등을 포함해 지구의 허파인 삼림의 절반 가까이를 파괴했으며 매년 방글라데시 크기의 지역이 벌목된다.
* 다량의 이산화탄소 및 다른 온실 가스의 대기 방출로 인해 지구온난화 및 기후 불안전성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마지막 빙하기의 중간시기보다 5-7도 상승했으며, 100년 안에 2-5도가 상승할 수 있다.
* 우리는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지구의 보호막인 오존층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그 수치가 많은 생명 조직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 경작 가능한 토지의 65%가 사라졌으며-이들 중 거의 절반은 지난 9우주초 동안 사라졌다- 15%는 사막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5년 동안 지구는 프랑스와 중국의 경작지를 합친 만큼의 면적을 덮을 수 있는 표토(topsoil)를 상실했다. 그리고 모든 경작지의 2/3는 침식과 염류화(salinization)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 우리는 수만 가지의 새로운 화학품들을 공기와 토양, 물에 방출하고 있으며 그들 중 다수는 생명 과정을 천천히 중독시키며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독소들이다. 핵폐기물의 경우는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흘렀던 시간보다 훨씬 긴 수십만 년 동안 방사능 성분이 남아 있는다.
* 우리는 수십만 종의 동식물을 멸종시켰다. 대부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매년 5만 종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지구에 출현하기 전의 멸종 속도보다 1만 배 정도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다음 30년 동안 모든 종의 20~30%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 인간들은 지구상의 동물들을 위해 이용가능한 모든 에너지의 40%를 사용하거나 낭비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다음 35년 동안 그 수치는 80%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환경이 훼손된 것은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서일 뿐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와 더불어 빈부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다. 캐나다의 행동파 지식인 마크 해서웨이(Mark Hathaway)와 브라질의 진보적 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가 공동집필한 “해방의 길: 전환의 생태학 탐구”(The Tao of Liberation: Exploring the Ecology of Transformation)는 개발 과정의 이익이 인류의 아주 작은 부분에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구 인구의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200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09년 초 전 세계의 억만장자 793명은 총 2.4조 달러에 달하는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인류의 하위 50%가 1년 동안 번 수익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현재의 경제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8년 초에는 1,195명의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순자산은 4.4조 달러였고 이는 인류 전체의 하위 50%가 1년 동안 번 수입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수익만 갖고 따져볼 경우에는 인류의 상위 1%가 하위 57%를 합친 것만큼의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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