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문동섭 기자]보통 도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서점을 가면 선 채로 한참동안 책을 보는 이들,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책을 보는 이들, 책을 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이들, 최근엔 디지털카메라로 책의 일부분을 찍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형서점에는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이 많지만 이처럼 책을 읽기 위해 혹은 자료를 찾기 위해 서점을 찾은 이들도 분명 적지 않을 것입니다.
도서관 사서인 저는 불편한 자세로, 서점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한 귀퉁이에서 책 읽는 이들을 보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에 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루 종일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이 책을 읽고, 자료를 찾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이유는 도서관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려면 도서관으로 가라!'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통용되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환해보고자 도서관이 대형서점보다 책 읽기가 좋은 이유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하나, 도서관에서는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형서점의 경우 베스트셀러나 인지도가 있는 책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서 찾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관심도가 떨어지거나 몇 해 묵은 책들은 서점 직원이 도움 없이는 찾기가 힘듭니다. 반면에 도서관이 보유한 책들은 대형서점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류법에 의해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검색시스템의 검색결과에는 책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려 줍니다. 그 지시에 따라 가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둘, 도서관은 책 읽기를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대형서점의 건물 설계는 책 읽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이루어집니다. 반면에 도서관 건물의 설계와 가구배치는 이용자들이 책에 접근하는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루어집니다. 도서관 내 조도, 온도, 습도 또한 책 읽기에 가장 적당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책 읽기 환경은 대형서점보다 도서관이 훨씬 좋다는 것입니다.
셋, 도서관에는 친절하고 전문적인 도우미가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자료, 책)에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사서라고 하지요.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자료, 책)제공의 방법과 이용자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교육을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간 받아야 합니다. 일정한 교육과정을 받아야지 사서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즉, 사서는 책 읽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입니다. 반면에 대형서점 직원들은 사서만큼의 체계적이고 장기간의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도서관 사서는 대형서점의 직원보다 책 읽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만약 도서관 사서가 불친절하다면 가차 없이 이렇게 말하세요. '당신은 도서관 사서로서 자격이 없군요'라고 말입니다).
넷, 도서관에는 절판되거나 서점에 없는 책도 있습니다.
서점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입니다. 책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면 절판이 됩니다. 그러므로 절판된 책은 손님이 원하더라도 서점에서는 갖다 놓을 수가 없습니다(헌책방에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다릅니다. 도서관은 최신성이 떨어지고 찾는 이들이 없는 책이라 할지라도 버리지 않습니다. 언제고 찾을 사람을 위해 보존해 둡니다. 그러므로 절판되거나 서점에 없는 책들도 도서관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섯, 도서관에는 자료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앞서 절판된 책은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자료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단행본뿐 아니라 논문, 잡지, 학술지, 전자저널, E-book 등 많은 종류의 자료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자료들이 수 십 년간에 걸쳐 수집,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자료 선택 폭은 대단히 넓습니다.
여섯,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100% 제공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필요로 하는 자료가 없더라도 걱정 없습니다. 전국적인 도서관 협력체계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방문한 도서관에 없는 자료는 다른 도서관에서 우편, 메일, 팩스 등의 방법으로 전송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100% 제공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전송방법에 따라 시간이 좀 걸리긴 합니다).
일곱, 도서관에는 책 이외에 다른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서점에서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책을 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합니다. 잠시 분위기 전환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점에는 마땅히 즐길 만한 거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는 책 읽기가 좀 지겨워지면 대신에 인터넷 항해를 해도 되고, 자판기 커피를 한잔하면서 신문을 봐도 됩니다. 또한 각 도서관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영화상영, 강연회 등의 문화행사를 다양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서관에서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덟, 도서관에는 책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습니다.
대형서점이라고 해서 보고 싶은 모든 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성이 없어 서점에 갖다 놓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서점을 가든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도서관이라고 해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이 없을 수가 있습니다. 또 보고 싶은 책을 다른 사람들이 빌려 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도서구입신청을 하거나 예약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 신청, 예약한 책이 도서관에 도착하면 도서관 사서는 이용자들에게 책이 도착했으니 빌려가라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원하는 책을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책을 기다리는 설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홉, 도서관에서는 읽던 책을 아무 데나 놔두고 가도 됩니다.
대형서점에서는 읽던 책을 아무 데나 놔두면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합니다. 또 보고 싶은 책을 여기저기서 뽑아와 쌓아놓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에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보고 싶은 책을 10권 20권씩 빼서 보고 그냥 놔두고 가도 눈총 주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이용자들이 보고 여기저기 놔둔 책들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일도 도서관의 중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서들은 보던 책은 그냥 아무 데나 놔두고 가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혹시나 이용자들이 읽던 책을 제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꽂아 버리면 다음에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이 낭패를 보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는 읽던 책을 아무 데나 놔두고 가도 됩니다.
열, 도서관에서는 다 읽지 못한 책은 공짜로 빌려 줍니다.
대형서점에서 장편소설 한 권 다 읽기란 힘듭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은 서점에 두고 오든지 사서 와야 합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는 그 날 다 읽지 못한 책은 집에 돌아가서 읽으라고 공짜로 빌려줍니다. 한권이 아니라 여러 권 빌려주고 기간도 10일 이상 줍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를 이유가 있습니다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당연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서점은 책을 사고팔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반면에 도서관은 책을 읽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도서관으로 오시면 됩니다.
도서관은 항상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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