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101명 ‘미리 쓴 유언장’
“너희 아빠의 재혼은 절대 안 된다” 소설가 한말숙
“양지바른 강가에 나무 한그루 심고 엄마처럼 여기렴”
“아들아, 내가 쓴 책과 원고 등 문학과 관련된 자료들은 아버지와 함께 문학, 문화단체에서
일을 함께 한 아버지 후배들에게 공적 자산으로 전해 주라. 내가 쓴 글 속에 담긴 정신을
네가 마음속에 담아두면 그것으로 됐다”(도종환)
최고령 현역 수필가인 피천득(96)씨 등 생존 문인 99명과 작고 문인 2명 등 모두 101명이
미리 쓴 유언장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에 2002년부터 최근까지
연재됐던 내용을 모은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 날’(경덕출판사)이 나왔다.
소설가 공선옥씨는 맏이에게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형국이니, 엄마가 죽고 나서 너희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재산을 남겨주지 못하고 가는 것이 원통하다”고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또
“엄마가 정 생각나면 양지바른 강가에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오다가다 그 나무를 가꾸면서, 그게
바로 엄마거니 여기며 한 세상을 재미있게 살다가 이 어미랑 만났으면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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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말숙씨는 아주 실질적인 유언을 적었다.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 둔 것을 입혀라, 부의금은
절대 사절해라, 화장해서 재는 엄마가 아끼는 정원의 주목 밑에 뿌려라, 너희 아빠의 재혼은 안 된다.”
소설가 전상국씨는 자신이 쓴 소설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항상 나보다 앞서 있는 내 독자들을 내가
얼마나 두려워했는가를 너희가 증언해 주기를 부탁한다.”
이해인 수녀는 “내 관 위에 꽃 대신 시집 한 권을 올려놓으면 어떨까”했고, 소설가 유현종씨는 “나는
좋아하는 일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며 살아왔으니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련다”고 적었다.
하성란씨는 딸에게 “(네가) 이 나이쯤 되면 넌 네 엄마를 너와 같은 여자로 봐줄까?”라는 물음으로써
이제 할머니가 된 친정 어머니를 대하는 애잔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작고한 이형기 시인은 “내 가상
유언장에는 무소유 한마디밖에 쓸 것이 없다”고 미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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