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좋은 글&그림 [스크랩] ♣ 지란지교 를 꿈꾸며 ♣ 금병산 2006. 12. 11. 20:14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흉보지 않을 친구가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마음 놓고 열어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나서도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깊고 신선하며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수수하나 멋을 알고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적절하게 맞장구 쳐주고 나서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나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했다.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중에기막힌 감회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 곳한 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두고 두고 되새길 자산이 되었을걸…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인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그저 제자리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을 뿐이다.나는 때로 맛있는 걸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우리는 흰 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 쓸 것이다.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않다 해도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남의 성공을 얘기하며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 할 것이다.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 할 것이다.나는 반다지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화초에 물을 주다가,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 있게,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차를 마실 때는 백작부인보다 우아해지리라.우리는 푼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애 쓰며 서로 격려하리라.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우리가 멋진 글을 못쓰더라도쓰는 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듯이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 꽃을 사서그에게 안겨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건널목이 아닌데로 찻길을 건너도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오히려 인간다운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서로를 버텨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 질수록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코란도♣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글쓴이 : 코란도 원글보기메모 :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프란체스카 '명상 > 좋은 글&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금 세계의 크리스마스 모습들 (0) 2006.12.25 [스크랩] 우산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0) 2006.12.12 [스크랩] (낭송시)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0) 2006.12.11 [스크랩] 부부 라는건.... (0) 2006.12.11 [스크랩] 자녀 성공의 Key는 아버지가 쥐고 있다. (0) 2006.12.11 '명상/좋은 글&그림' Related Articles [스크랩] 지금 세계의 크리스마스 모습들 [스크랩] 우산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스크랩] (낭송시)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스크랩] 부부 라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