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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인테리어

[스크랩] 경복궁 담벼락 옆의 한복집 `효재`

종로구 소격동 73번지, 가옥 대장상 준공년도 1961년. 경복궁 담벼락에서 열 발자국 떨어진 이 집은 본래 궁궐에 들어가는 기와를 만들던 기와공장 터로 전해진다. 기왓장 짓는 장인이 살던 터에, 그저 담벼락이 좋아 이사 왔다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가 자기 이름 붙인 현판을 내걸고 한복을 짓고 있다. 정성을 다해 궁에 들어가는 기왓장을 만들던 곳이 백년 세월이 흐른 지금, 정성스레 혼수를 마련하는 집이 되었으니 터와 주인이 제대로 만난 셈이다.



★ 그저 담이 좋아 보지도 않고 결정하다

드라마 「왕의 여자」, 「영웅시대」 의상을 만들었던 이효재 선생은 손이 많이 가는 한복과 무명으로 만든 생활 소품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어머니가 하시던 일을 물려받아 한복 짓는 일을 시작한 지 15년 되었다. 그녀의 나이가 47세이니 꽤 방황하다 손에 잡은 일이다. 여기 살게 된 연유를 물으니 담 이야기를 꺼낸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서울에 살면 경복궁 담벼락에 가까이 살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제야 그 꿈을 이룬 것이다. 담에 대한 유난한 애착으로 이쪽에 집이 났다는 지인의 귀띔에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했다.집주인의 이름을 새긴 현판은 무형문화재 목아 박찬수 선생이 손수 파주셨다. 돈 많이 벌라고 금칠을 해주셨다고 한다.


★ 수를 놓은 듯 가꾼 집
집부터 계약하고 와보니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고민을 하다가 마당 시멘트 위에 부직포를 깔고 마사토로 돋우어 야생화를 심었고, 덩그러니 드러난 정화조는 장독대를 만들어 가렸다. 주방 싱크대는 들어내고 타일 위에 돌을 붙였다. “척박한 땅이니 일부러 생명력 질긴 야생화를 심었죠. 봄이 되면 노란 양지꽃부터 보라색 아주가, 5월이면 목단, 강국, 산딸기 등 겨울만 빼고 꽃이 피지요.” 꽃 안 피는 겨울의 메마른 느낌이 싫어서 낙엽 지는 담쟁이가 아닌 사철 푸른 아이비를 키운다. 담벼락을 옆으로 타는 덩굴이 화분 하나로 시작된 것이라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보통 살림집 주방처럼 타일이 붙어 있는 자리에 돌을 붙일 생각이었다. 꽃을 주워서 다리미로 다려 말려 창에 붙이고, 못이 박힌 곳은 무명에 꽃수를 놓아 덧씌웠다. 선생이 집을 가꾼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매만진 손길 하나하나가 마치 시인이 끙끙 앓으면 시를 써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이 지금의 모습으로 되는 데 고무락고무락 손을 움직이고 궁리를 해가며 근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1_ 손님 맞는 차실. 돌절구를 찻상으로 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찻상 밑에 공깃돌이 숨겨져 있다. 손님이 오면 물에 담겨 있던 아이비를 건져 매단다. 물기를 흠뻑 먹은 풀잎 하나로 생기를 얹는다. 차실 창문 너머로 경복궁 담이 보인다.

2_ 돌로 만든 주방. 바위만한 돌로 싱크대를 대신한다. 앉아서 고물거리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주방일도 앉아서 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오른쪽의 표주박 아래 수도꼭지가 숨겨져 있다.




★ 무던히 가려서 손님 놓치는 '효재'

멈춰서 보더라도 한복집인지 찻집인지 행여 가정집인지 도무지 대문 밖에서는 짐작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문을 열어볼 엄두는 더더욱 나지 않는다. 한복집이라는 표지가 되는 흔한 쇼윈도 하나 만들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다. 경복궁 담에 서서 이쪽을 보며 여러 번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걸 내놓으면 동네 모양새를 해칠 것 같았다. 한복 만드는 ‘효재’에 들어서도 둘둘 말린 한복 원단이 보이지 않는다. 전기 콘센트도, 못도 안 보이고 수도꼭지도 안 보인다. 결국 주인 성향 때문에 효재는 ‘손님 놓치는 한복집’이 되어버린 셈이다.

서울 시내 어느 곳에서 대문을 열어도 간판 천지인데 이 집은 그녀가 대문을 나설 때마다 흡족하다는 경복궁 담벼락이 보인다. 현관 입구의 커다란 항아리에는 물을 채우고 꽃을 띄워둔다.




★ 늘 사람 오라는 주인

늘 오라는 주인 때문에 사람이 붐비고, 또 친해지면 오라는 말을 안 해도 왔다갔다 들르는 사람들로 방이 차는 '효재'. “우리집 가락지방(벽에 가락지를 걸어 장식한 복도 끝방의 이름)은 다리 뻗고 낮잠 자는 방이에요. 푹신하게 기대서 쉬라고 등받이도 여러 개 가져다 놓았지.” 그 가락지방 사람들이 찜질방이라고 할 만큼 불을 하도 세게 때줘서 부분부분 장판이 울었다. 하루 일과를 물으니 밤 12시에 친구들이 가면 청소하고 디자인 궁리한다고 대답한다. 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다. 굳게 닫혀 있어서 밀어볼 엄두도 안 났던 ‘효재’에는 정작 이런 집주인이 살고 있었다니 용기내 닫힌 대문을 열어볼 만도 하다.







1_ 대원각을 시주한 할머니의 사진을 붙인 가락지방. 친구들이 와서 낮잠 자는 방이자 주인이 만화 보는 방. 어릴 때 결벽증 때문에 만화방에 못 간 한을 이제서야 풀게 되었다고 한다.

2_ 선생의 작업실. 창틀에 노리개를 건 못 하나까지 꽃수를 놓은 무명으로 감싸 가렸다. 이 집은 방마다 요강이 있는데 화장실이 아니라 휴지통이다.

3_ 상담하고 차 마시는 거실. 개화기 때의 벽난로 위쪽으로 ‘Goldstar’ 에어컨이 보인다. 집과 잘 어울려서 그대로 두고 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밥공기는 명함 보관함이다.




   ·   이나래 레몬트리

 

 


 
출처 : 블로그 > 나는 행복합니다... | 글쓴이 : 써나공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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