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마음 속으로 바라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다. 헛것을 본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게 현실이다. 이집트에서 폭력과 난동과 무질서와 약탈을 보는 자들은 그걸 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의 믿음과 현실(실재가 아니라)이 유지되고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영 티브이는 탱크와 군인들의 삼엄한 경계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시위대는 없다. 한국 티브이는 이집트 시민과 그들의 시위보다는 서둘러 귀국하는 외국인을 보여준다. 그들은 불안을 본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나대로 본다. 나는 이집트에서 약탈 대신 투쟁과 시위를 본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다. 나는 희망을 본다.
지난 토요일 이집트 상황 보려고 KBS 9시 뉴스 보다가 열받아 미치는 줄 알았다. 시작하자 마자 아직 도착도 안한 선장 오는 거 10분 하고, 이집트 뉴스는 5분도 안한다. 방송은 이제 완전히 개가 됐다. 자료 화면 옆에 여자 캐스터는 왜 얼짱거리는지. 거기서 기자하는 게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모르겠다. 이런 감각으로 뉴스하는 나라 몇 안될 거라고 생각된다. 그 흔한 해외 특파원은 다 어디 갔을까? 바바리 입고 파리, 런던이나 뉴욕에서 서성거리고 계시나?멀리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 시위를 알자지라를 통해 보았다. 좋은 방송이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보면서 '알 자지라'에 반했다. 그 수준과 열정과 하는 짓이 너무 선진적이다. 사실에 대한 보도, 전문적 식견을 가고 진행하는 캐스터, 자신들의 사진과 저작물을 CCL(CCL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설 방송국도 이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로 공유하는 정신. CBC, BBC, NPR도 이집트 건에서는 알 자지라의 상대가 못된다. KBS? 방송도 아니다. 3류도 못되는 저질 쓰레기 방송. 너희는 당당할지 몰라도 내가 부끄럽다. 진보집권플랜이니 뭐니 헛소리할 게 아니라 방송개혁에 대한 밑그림이 활발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얘들 과외공부방이 된 EBS, 국민의 방송이라는 MBC, MB 걸레 KBS, 연평도에서 24시간 진을 치던 YTN . 전문성도 열정도 책임감도 없는 쓰레기 입들. 나발들.
이집트의 시민 시위의 앞날은 이미 결정된 듯하다. 주요 도시에서 시민 시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가 시민 편에 서도, 군부가 시민에게 총을 쏴도, 그 어느 쪽이 되든지 결과는 시민의 승리로 귀결된다. 군부는 시민 편을 들 것 같고 미국은 저울질하다 무바라크 포기할 듯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바라크 하나 없어진다고 뭐 크게 변할 것은 없다. 지속적인 민주화의 과정은 어렵고 험난할 거다. 전두환이 물러가도 노태우가 있었고, 노태우가 물러가고 15년 넘어 지나도 그 떨거지들이 아직도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말 아쉬운 것은 김영삼 정권까지 포함해서 15년 동안 확실하게 거세를 해놓지 못했다는거다. 그들은 쥐처럼 잠깐 숨었다가 다시 튀어나와 세력을 펼친다.
젊은이들이 시위의 시위를 당기면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모인다. 가디언지의 생생한 현장보도(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1/jan/27/ahdaf-soueif-cairo-protest?intcmp=239)
를 읽다보면 87년 그 여름이 눈 앞에 그려진다.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Mansoura, Sharqiya 등 대도시의 동시다발적 시위도 87년과 닮았다. 돌멩이, 화염병과 최류탄이 대적하는 것도. 필린핀 민주화시위 이후 87년과 투니지아 민주화 시위 이후 이집트로 번진 것까지 일반민주주의 운동의 틀이 유사하게 진행 중이다. 시위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도 닮았다. 경찰의 진압이 과격해지면서 시위가 확산되고 과격화되는 틀도 비슷하다. 보도 통제도. 미국과 군부의 향방은 어떨까?
이집트 내부에서는 인터넷은 생각보다 그리 중요한 역할이 아닌 듯하다. 다만 외부에 있는 지지세력과 여론 형성에서는 현재도 트위터의 위력이 대단하다. 오바마에게 압력넣고, 국제 사회에 호소하고... 그러나 정작 이슬람 나라들의 지지와 연대는 아직까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알 자지라 방송의 정보도 매우 상세하고 볼만 하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트위터혁명, 페이스북혁명으로 부르는 주객전도파들이 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을 트위터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온병을 포탄이라 하는 것처럼 웃기는 일이다. 초기에 튀니지 민주화 시위의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초기 시위 날짜를 알리는 데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NS는 이집트 혁명의 촉발제도 아니었고 진행을 주관한 것도 아니며 그 결과를 가져올 것은 더욱 아니다. 2008년 나일 삼각주 주변 마할라 알 쿠브라에서 섬유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켰고, 3명이 총에 맞아 죽었으며 그것이 그후 온라인에서 그 이름을 딴 모임으로 연결되었고 한다. 작년에 경찰에 맞아 죽은 Khaled Said의 이름 딴 그룹이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고 집권당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실업, 경찰의 폭압적 탄압이 젊은층과 서민층의 정서를 흔들어 놓았다. 이제 그들의 최소한의 요구가 무바라크 사퇴로 치닫는 이집트 시민혁명은 멍청한 기자들이 말하는 '페이스북 혁명'이 아니다.

<그림 출처> "무바락, 늬가 인터넷을 끊었냐? 이제 우리가 널 짤라주마" Mubarak shuts down Internet! #Egypt will shut down Mubarak! http://twitpic.com/3u3o4c
무바라크 : "인터넷을 끊어도 안되고, F16을 날려도 겁도 안먹고, 통금도 안먹혀, 알자지라 폐쇄해도 방송해, 경찰 철수하면 약탈이 벌어져 무법 상태되고 시위 잦아들 줄 알았는 데 그것도 헛방이고, 아, 마지막 남은 쓰고 싶지 않은 카드지만... 튀자"
어디나 돌대가리들이 권좌 옆에 포진하고 있다. 달리 돌이 아니라 딱딱해서 돌이다. 인터넷을 잘라버린다고 시위가 잦아드냐? 인터넷의 단절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현장으로 달려나가게 만든다. 어차피 3만명도 안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서로간에 시위 날을 잡고 연락하는 초기에 그 역할을 다였다. 그 다음 대중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시위는 경찰과의 싸움을 통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끊어봤자 해외에서 이집트 시민을 향한 지지 여론은 트위터 등의 미디어를 통해 더욱 확장된다. 어떤 돌대가리 작품인지 인터넷 역사에 남을 짓만 하나 확실히 해냈다. 이집트 인터넷 끊었다는 데 트위터 #Jan25 에는 일초에 10개씩 트윗이 올라온다. 인터넷을 통한 외부 지원자들의 지지와 여론 형성은 또 다른 힘이다( Egypt Leaves the Internet http://bit.ly/fYR211). 위키릭스는 이집트 시위에 맞춰서 유출된 이집트 대사관 전문을 계속 흘리고 있다. 트위터, 위키릭, 블로그,알자지라, 가디언 등 기성 언론사 로 연결되는 흐름이 이집트 외부에서 이집트 국민을 지원하는 큰 힘이 된다( http://bit.ly/eSbEwT). 뉴욕타임스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보류한 채 망설이고 있다. 한국 신문들? 잘 아실거니까 생략한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아랍권의 시민혁명이 이처럼 뜨겁게 일어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을거다. 아랍의 민주화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부시처럼 이라크를 침공한 것 외에 미국은 아랍권에서 무엇을 했을까. 이집트는 미국, 이스라엘과 아랍권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을 했다. 미국제 최류탄에 이스라엘이 제공한 감시장비는 미국-이집트-이스라엘 삼각체제의 모양을 짐작케 한다. 무바라크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거다.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미국-아랍, 이집트-이스라엘의 관계에 변화가 올거다. 이 지점이 미국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인 것 같다. 거꾸로 연쇄적으로 번지는 아랍권 민주화 운동은 70-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반미 운동과는 다른 맥락에서 2010년대 반미운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관건이 되겠지만 문제는 내부적 민주화의 탄탄한 틀이 개별 나라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갖춰질 수 있는가이다. 민중적 차원의 민주화와 실질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필리핀처럼 역성혁명적 민주화의 덫에 걸릴 확률이 높다. 새로운 세계정세, 아랍권 민주화, 네트워크와 민주화, 여성과 민주화, 전근대와 근대 현대의 복합체에 대한 이해, 이집트 혁명의 원인... ... 이번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George Friedmand은 "The Egypt Crisis in a Global Context"에서 이집트 민주화 운동이 가져올 세계 정세의 변화를 추측해 보고 있다. 그는 이집트의 미래에 대해 1) 무바라크 축출-->(군부)국가주의 지속, 2) 선거-->서구 지향적 민주주의, 3) 이슬람 정권 형성, 4) 정세 혼미의 네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는 현재로서는 1)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추측이다. 그래서 어찌 될 지 모른다. 이집트의 권력 변화는 미국, 이스라엘, 이슬람, 구공산주의권 모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그래서 권력 성격이 친소, 친미(친미는 곧 이스라엘과 선린)/군부, 비군부/ 비이슬람, 이슬람 중 어디냐에 따라 지정학적 이해 관계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한가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빠져있다. 내부 세력관계에 대한 변수가 빠져있는 것이다. 젊은 실업자층(30세 이하 젊은층이 60%), 도시 빈민층과 중산층, 노동계급, 지배층, 군부 간의 세력 관계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현재 상태에서 이에 대한 더 정밀한 추측을 해 낼 수 없다.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Avaaz라는 사이트를 보았다. 페르시아 말로 '목소리', '노래'라는 뜻이다. 2007년에 설립된 NGO로 기후변화, 인권, 종교갈등에 대한 세계 전역의 사람들의 청원을 온라인으로 조직하여 여론을 모으는 단체인데 지금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40만 정도가 참여했다. 클릭으로나마 멀리서 관심과 지지를 담아 참여해 본다. 지난 1월25일, 일주일 전 몇백명씩 군데군데 모이던 시민들이 이제 100만명 행진을 위해 수십만명으로 불어났다. 백만에 이르는 시민들이 평화롭게 축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이런 대중 형성의 힘이 이집트 민주혁명으로 이어지기를... ... Vive la Egypt Revolution!
로저 워터스의 'We Shall overcome'과 함께 인터넷에서 모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 관련 사진들을 묶어 트위터로 #egypt에 올렸다. 이집트 민중의 승리를 기원한다.
<좋은 자료들>
(1) 이집트 민주 혁명의 사회경제적 근거를 밝힌 훌륭한 글 Egypt’s Class Conflict
(2) 이집트 행동주의자들의 action plan/ 이집트 국민의 요구 사항 : 무바락정권타도, 긴급조치법해체, 자유, 정의, 민간정부수립, 이집트자원 관리 http://bit.ly/hZf7uY
(3)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트위터혁명, 페이스북혁명으로 부르는 주객전도파에게 드리는 글 http://bit.ly/hf9kOb
Ulises Mejias, The Twitter Revolution Must Die http://blog.ulisesmejias.com/2011/01/30/the-twitter-revolution-must-die/
(4) 이집트 혁명을 트위터 혁명이라 부르는 멍청한 자들과의 논쟁 자료들이 엮여 있는 글/혁명의 원인은 무엇일까?
It’s Not Twitter or Facebook, It’s the Power of the Network
(5) 보스턴 글로브의 Big Picture, 중동 민주화 운동 사진들 http://bit.ly/hmKoYt
(6) "무바락, 늬가 인터넷을 끊었냐? 이제 우리가 널 짤라주마" Mubarak shuts down Internet! #Egypt will shut down Mubarak! http://twitpic.com/3u3o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