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핑 베토벤 / 위대한 음악가의 동지가 된 여인
18세기 음악의 도시, 빈(비엔나)에는 난폭하고 성질 사나운 악성 베토벤(에드 해리스)이 있다.
베토벤은 청각을 잃어가고 있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마구 그려놓은 악보를 연주용으로 깔끔하게 카피할 사람은
병들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곤란한 상황이다.
추천을 받아 베토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남자가 아닌 여자다.
안나(다이앤 크루거)는 몹시 흥분하고 있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베토벤과 같은 거성을 만나게 된다는
그 자체가 그녀에게는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첫 반응은 냉담하다.
하필이면 보잘것 없는 여자를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경멸조의 태도다.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여자를 한 수 아래라는 존재로 내려다보는 것이
남자의 속마음이다.
더군다나 시대적 배경이 18세기였다면 말 다한 거다.
이러한 분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남자가 여자보다 뛰어나다는 오래된 믿음에 있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여자는 남자보다 뛰어나서도 안 되고, 남자의 머리 위에서 군림해서도 안 된다는
남성 지배사회에서의 관념에 있다.
18세기 남자인 베토벤에게 있어 여자라는 존재는 집안 살림이나 요리나 육아를 돌보는 사람이며,
침대 파트너일 뿐이다.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연구하는 친구나 동지 따위가 절대 아닌 것이다.
베토벤이 그린 악보에서 잘못 그려 넣은 음을 간파하여 안나가 올바르게 고쳐놓은 악보 카피가 있다.
이 때문에 베토벤은 깜짝 놀라고 만다.
그리하여 안나는 영광스럽게도 베토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
괴팍하고 완고한 베토벤이지만 점차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많은 나이 차이와 음악적 경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 동지가 된다.
그것도 남과 여라는 드높은 장벽이 있었음에도. 더구나 안나는 사랑하는 애인과의 관계까지도
저버릴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스승인 베토벤과 함께 한다.
베토벤에게도 상처가 있다.
자기 자신처럼 칼(조카) 역시 위대한 음악가가 되길 원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
어린 시절부터 돌보며 직접 음악을 가르쳤지만 소용이 없다.
몰래 서랍을 뒤지는 등 도박에 빠져 있다.
드디어 베토벤은 많은 청중들 앞에서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소리를 듣기 힘든 베토벤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나가 지휘하는 것을 따라하여 지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