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보면 난 항상 우리 엄마를 생각하지.
우리 엄마 한복 치마저고리에 수놓아져 있던, 작은 송이송이 꽃송이들. 분명 이 벚꽃송이를 닮았던 것 같아.
살랑 봄바람이 일면, 그 치마폭 꽃송이들이 날아와 내 손에 내려앉을 듯한 싱그러움.
그 옷을 차려입고 외가에 다녀올때의 엄마 미소는 꼭 그 꽃송이들을 닮았었지.
열살 난 딸래미 눈에 엄마의 그 모습은 세상에서 최고로 곱고 이뻤어. 우리 엄마는 어쩌면 저리 이쁠수가 있을까. ^^
(아긍, 표현이 좀..오글거리지??? ^^)
아주 오래오래 전 일이지만, 난 아직도 벚꽃을 보면 우리 엄마만 생각나.
화사하고 정갈하셨던 우리 엄마만.
4월18일 월요일
많은 비가 내린다고 일기예보에서 그러는 거야. 강풍마저 불겠대.
안되어안되어. 난 아직 꽃다운 꽃을 구경도 못했는데, 그 비로 하여 후두둑 후두둑, 지고 말면,
아마 난, 이듬해 햇벚꽃이 필때까지, 삼백 예순날을 울며불며 오매불망할지 몰라. 영랑이 모란꽃을 그랬던것처럼 말야. ^^
그래서 일찍 집을 나섰지. 그때만 해도 먹구름은 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우산하나 가방에 꾸겨넣는걸 잊지 않았어.
사실 여의도 윤중로는 우리집에서 그리 멀고먼 길은 아니야.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20분이면 충분하지. 그런데 왜 여태미루었냐구??
사람이 많았을거니까. 사람많은 곳은 끔찍해. 그래서 여유로운 날 고르고 미루다보니, 이렇게 비를 만나게야.
방사능비라해도 좋아, 난 갈테야.(아무도 말리지 않았어) 그래서 갔지. 벚꽃들은 여전히 나무위에서 소담스럽더군. 휴우, 다행.
그런데? 여의도 서울교에 내려서니, 벚꽂보다 더 매혹적인 것이 나를 홀리는 거야 ?
뭐였냐고? 뭐였을까. 그건 바로, 수양버들, 버들개지에 돋아난 신록이지. 이맘때 신록의 찬란함은 나를 끝없이 울렁이게 하거든.
신록에서 담록 사이말야. 그래 어쩌겠냐구, 벚꽃보다 신록. 벚꽃보다 신록이지. 이 빛깔좀 봐.
그래서 샛강 사이를, 수양버들 숲을 한참이나 걸었지. 난 정말로정말로 샛강의 풍경을 연모하거든.
만약, 샛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샛강 없이도 우리의 한강이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을까?
아마, 없을거야. 이렇게까지 아름답지는 못했을거야. 샛강, 정말 한강의 우리의 보배중 보배라는 생각이 들더군.
이때 갑자기, 중간정도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더욱 진한 먹구름이 내려앉는거야.
난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지. 프로란 이정도 비에 눌려서는 안되니까? 왼쪽오른쪽앞쪽뒤쪽...
바쁜 걸음으로 지나는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 뭐가 그렇게 이쁜것이 많아서 이런 빗속에 열심히 찍어요? 하는거야.
난 아주 상냥히, 네~다 이뻐서요~ 라고 대답했지., 상냥히. 샛강의 신록 앞에선 누구라도 상냥하지 않고는 못배기거든 .
빗방울은 더 굵어졌고
손이 곱아왔어. 어서 따땃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커피 한 잔을 마실수 있다면... 그러나 한강공원쪽에는 편의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샛강가에서 올라와 윤중로로,그야말로 오늘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꽃길, 꽃덤불, 꽃무덤, 꽃터널...
아, 역시. 이래서 여의도여의도, 윤중로윤중로 하는구나. 새삼 느꼈지.
머리위에 겹겹으로 우거진 꽃덤불을, 잔득 짊어진것 같은데도, 하나도 무겁지가 않은거야.
오히려 하늘하늘,나폴나폴, 샤방샤방, 빗속에서도 꽃잎들은 그렇게 가볍고 찬란했어.
그러면서도 내 시선은 오른쪽에 길게뻗은 샛강에서 뗄수 없는거야.
그리고 형형색색의 꽃빛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정말 황홀했지. 혼자인것보다는 이렇게 어우러진것이, 조화로운 것이 이쁘다니까.
요즘은 자꾸, 김지하의 짧은 시 한편이 맴돌아.
이런 풍경을 볼때마다 말이야.
벚꽃지는걸 보니/ 푸른솔이 좋아
푸른솔 좋아하다 보니/벚꽃마저 좋아 //
역시 자연도 단색보다는 여러색의 어울림이 더욱 빛나는것 같지 않아?
봄비,벚꽃 그리고 샛강의 풍경.
서울교에서 시작해서 여의교까지, 한시간 반은 족히 걸었던 것 같아.
벚꽃보러 갔다가 덤으로 이쁜것을 많이 얻고 왔지, 그래서 아주 뿌듯해.
또 갈거냐구? 당연하지. 마음같아선 매일가고싶어, 이제 또 꽃비가 내릴 것이고
샛강의 신록은 더욱 눈부실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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