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영화

[스크랩] 바베트의 만찬

 

바베트의 만찬(1987)

 

Babettes Gaestebud(Babette's Feast)

 

 

 

 

바베트의 만찬 (1987)

Babettes Gaestebud (Babette's Feast)

 

 

감독: 가브리엘 액셀 (Gabriel Axel)

배우: 스테판 오드란, 비비 안데르센

국가: 덴마크

상영시간: 102 분

 

 


1. 줄거리

 덴마크의 한 외진 해안가 마을에 마틴 루터와 그의 친구 필립 멜랑히톤의
이름을 딴 마르티나와 필리파라는 늙은 자매가 살고 있었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가난한 삶을 살아온 자매는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피면서 살고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목사님이었는데,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세월이 흐르면서 목사님의 제자들은 매년 숫자가 줄어갔지만,
그들은 마르티나와 필리파의 주도 하에 계속 모여 성경을 읽고
계속 목사님의 가르침을 그가 살아 계신 것처럼 지켜왔다.

 

 

 외딴 바닷가 초라하고 조그만 그 마을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회식하늘과 침울한 분위기의 마을과 바다,
그리고 단순하고 소박한 식생활은 초라하다 못해 어쩌면 비참할 정도이다.
이런 환경에서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자기 인생의 봄날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아버지가 물려준 신앙의 유산을 본받아 하느님을 섬겨 왔다.

 하지만 이들 자매는 한 때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장교와의 연분이 싹텄던 경험도 있었고,
한 때는 파리에서 유명한 오페라 가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수로서의 가능성에 마음이 부풀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세속적 사랑과 결혼은 공허한 환상이라는)
에 따라 모든 가능성과 미래를 마다하고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된 것이다.

 

 

 특히 마르티나와 연정을 품었던 청년 장교 로렌스가 교인들의 모임에 참석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나의 친애하는 형제 자매여,
사랑(자비, mercy)과 진리(truth)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의(righteousness)와 평화는 서로 입마춥니다." 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로렌스는 마르티나에게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나는 이 곳에서 삶이 참으로 힘들고 잔인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는 남을 남기며 그 곳을 떠나 버린다.

이 영화는 이러한 삶을 살아온 두 자매의 삶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프랑스에서 온 바베트라는 여인을 등장시켜 매우 깊이 있게 풀어 낸다.
이 영화에서 복음을 잘 모르는 것같이 보이는 바베트의 모습은 기존의 신실한 신앙인들에게
소위 "진정한 복음(참된 진리)이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사는 참된 삶은 어떤 것인가?"
에 대한 레토릭(rhetoric)으로 다가 온다.

 

 

 바베트는 1871년 9월, 예전에 필리파를 가르쳤던 오페라 가수 파펭의 추천장 하나를 들고
마르티나와 필리파를 찾아 온다. 그녀는 몹시 지쳐 있었고 불안해 하고 있었으며 가족도
집도 없는 상태였다. 옹색한 살림에 사람 한 명이 더 늘면 부담이 되었지만,
하녀로 살겠다는 바베트의 간청에 자매는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자매와 함께 수 년을 살던 어느 날 그녀의 고향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그녀가 오래 전에 사두었던 1만프랑 복권이 당첨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힘들고 불행했던 이 곳 외딴 마을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베트는 거금의 복권 당첨금 소식을 접하고서도 그저 자기 방안에 혼자 우두커니 앉거나,
바닷가에 나가 물끄러미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길 뿐이다. 그리고 마르티나와 필리파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매의 부친이셨던 목사님 탄생 백주년을 맞아 그 날 자신이 프랑스식 만찬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한다.
자매는 아버지를 기념하는 날 조촐한 식사와 차를 나누는 정도로 예정하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부탁하는 바베트의 제안에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바베트는 일주일 동안 파리에 나가 고급 포도주와 다양하고 귀한 온갖 요리 재료들을 사온다. 평소 검소한 식생활을 미덕으로 살아 왔던 자매에게는 바베트가 사온 음식 재료들을 보고 당황하고 긴장하게 된다. 자매는 그 만찬으로 인해 자신들이 엄격하게 추구해온 청교도적 삶이 훼손될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그들은 교인들과 사전에 상의해서 바베트가 만든 음식은 먹되 그 음식에 대한
어떤 관심이나 평가는 내색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마침내 만찬의 날이 왔는데 신자들이 모두 모이고 먼 곳에서 로렌스라는 장군도 참석하게 된다.
그 장군은 오래전 마르티나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티나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자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살아 왔으나 이제 그도 노인이 된 상태였다.
그는 그 날 밤 만찬장으로 향하면서 그의 젊었을 때의 자아(self)에게 말한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나는 네가 꿈꾸었던 모든 것을 이루었고 너의 야망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오늘밤,
우리는 지금까지 네가 선택했던 삶의 여정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확인하기 원한다."

 

 

 마침내 열 두 명의 손님이 모이고 만찬이 시작된다. 바베트는 손님들의 식사가 진행되는 것을 살피면서
능숙하게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새로운 코스의 요리들을 선보인다.
이들은 일 평생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진귀하고 고급스런 요리들을 맛보면서 손님들은 깊이 매료되지만,
 로렌스 장군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음식에 관심갖지 않기로 했던 자신들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감히 요리를 즐기고 있다는 내색을 하지 못한다.
파리에서 이런 진귀한 음식들을 맛 본 적이 있는 로렌스 장군만이 포도주 한 잔,
음식 하나 하나, 국물 한 숟가락에도 감탄을 연발한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식사내내 그저 무뚝뚝하게 먹기만 하면서
이따금씩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말만 내뱉을 뿐이다.

 장군을 제외하면, 그들 모두는 이미 그들에게 주어진 복된 만찬을 놔두고 그것을 즐기고 누리기는 커녕,
아직도 그들은 깨닫지 못한 율법적 신앙(영과 육을 구별하고 육을 멸시하고 거부하는)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목사님의 말씀은 그 분의 영적 수준에서 모두 진리이지만, 아직 신앙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교인들에게는
목사님의 가르침이 오히려 그들의 자유롭고 복된 삶을 제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고 식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모두 감미로운 포도주와 미식의 즐거움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도 음식의 맛과 함께 풀어지면서 밑바닥 감정을
열어놓기 시작한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게 응어리졌던 마음도 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동안 자신들의 가슴에 감춰 두었던 위선과 거짓, 미움과 질투를 서로에게 고백한다.

 만찬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로렌스 장군은 자신이 파리에서 가졌던 경험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그가 파리에 있을 때, 그 곳에서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 중의 하나인 카페 앙글레의 수석 요리사는 놀랍게도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그녀의 창작 요리인 “카예 앙 사코파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여성 요리사는 "만찬을 일종의 사랑의 행위로 변화시킬 수 있는데, 그 만찬을 육체적 즐거움과 영혼의 즐거움을 서로 넘나드는 사랑의 행위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갈리페 장군의 말을 인용한다.
그녀는 최고의 요리사였다고 말하면서 로렌스 장군은 지금 그들이 먹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카예 앙 사코파쥬”라고 말한다.

 

 

 그러나 로렌스 장군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말한다. "인간은 음식이나 음료에 대한 어떤 생각도 거절해야 한다. 그리고 오직 온전한 영 안에서만 먹고 마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목사님의 말씀을 회상한다.
 "오직 우리가 이 세상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뿐이다.
" 방금전 로렌스 장군이 영과 육의 통합과 조화를 암시했지만, 이 여인은 아직도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목사님의 말씀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어 로렌스 장군을 일어 서서 말한다. "사랑(자비)과 진리는 하나입니다.
의와 축복은 서로 입맞춥니다. 유약함과 근시안적인 인간은 이 생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그는 위험 앞에서 두려워 떱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알지만, 우리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눈이 열릴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자비)이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신뢰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고, 감사로 그것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사랑(자비)은 조건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또한 동시에 우리가 거절했던 모든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우리가 거부했던 것도 다시 되찾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자비)과 진리는
 하나이고 의(righteousness)와 행복(bliss)은 서로 입맞추기 때문입니다."

 장군의 이 말은 소위 복음주의라는 이름으로 율법이라는 새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앙인들에게 향하고 있다.
이들은 두려움에 가득차 있어 "이미 이 곳에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만들어 온 "하느님 나라의 조건"에서만 하느님을 찾으려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분리시키고, 의와 행복을 단절시킨다.
그래서 이미 복음 안에 살면서도 다른 곳에서 복음을 찾고 있다. 이미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도
 그 분을 문자적 말씀에 가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장군의 말이 끝나고 이제 사람들은 행복하게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마친다. 그리고 서로 화해한다.
복된 식사와 함께 서로의 사랑을 회복하고 교인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로렌스 장군은 집을 떠나면서 마르티나에게 말한다. "나는 매일의 내 삶에서 당신과 함께 해 왔습니다. 당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 주시오. 당신은 또한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과 함께 할 것임을...
나의 육신이 아닌 나의 영혼으로 나는 매일 저녁 당신과 함께 만찬을 나눌 것입니다. 그대여,
나는 오늘 밤, 우리의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장군은 이제야 목사님의 가르침이 자신의 실존 속에서 진리로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고백한다.
진리 안에서 자유로운 한 인간이,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진리 안에서의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 비로소 바베트는 분주했던 자신의 몸을 부엌의 의자 위에 기댄다.
그리고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그녀에게 다가와 너무나도 훌륭했던 오늘의 만찬에 대해 칭찬과 감사를 표한다.
그러자 바베트는 그제서야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언젠가 나는 카페 앙글레의 수석 요리사였지요.”

 감격한 두 자매는 바베트가 파리로 돌아간 이후에도 계속 그녀를 기억할 것이라고 바베트에게 다짐한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말한다. “나는 파리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그릇들을 치우며 바베트는 말한다.
“거기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들은 다 죽었어요.” “그리고 나는 돈도 없고요.
” 놀란 자매는 바베트에게 묻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지만 만 프랑은?”
“다 써버렸어요.” “다 써버렸다고?” “카페 앙글레에서 열 두 명이 식사를 하려면 1만 프랑이 든답니다.”

 

 

 하룻 밤, 단 한 번의 만찬을 위해 바베트는 자신의 전재산과, 다시 화려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바베트가 앞으로 다시 살아나가야
할 초라한 삶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자매는 이제 남은 여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할 텐데……
” 그러자 바베트는 이렇게 그 자매에게 말합니다.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바베트의 이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과 감명을 준다.
목사님의 "사랑과 진리는 하나이고, 의와 축복은 서로 입맞춘다"는 가르침을 그녀는 실존 속에서,
 매우 자유롭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하룻밤 만찬의 소중한 의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마치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가 향유를 부었듯이... 바베트의 이 영적자유는,
복음이라는 문자에 갇혀 두렵고 패쇄적인 삶을 살아온 자매와 교인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 영화의 특징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은 덴마크 출신의 여류 작가 이작 디네센(Isak Dinesen: 1885-1962)

의 단편을 가브리엘 액셀이 각본 감독을 맡아 102분 영상에 담은 1987년도 작품이다.

  그후 「바베트의 만찬」이 61회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을 비롯, 깐느 세계기독교 작품상,
밀라노 문화영화제 작품상, 로테르담 영화제 작품상, 브뤼셀 영화제 작품, 감독, 비평가선정상,
영국영화비평가상 외국영화상, 여우주연상, 폰테이션강영화제 외국영화상, 노르웨이영화제 작품상,
영국아카데미 외국어상, 대만영화 외국어상, 영연방영화제 작자협회상 작품상등 20여회가 넘는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복잡한 대도시의 삶에 찌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위안과 휴식과 바른 가르침을 받는 세기적 영화임이 분명하다.
 덴마크 국민들은 이 영화 한 편이 세계 박람회나 올림픽에 참가하여 영예를 차지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이 영화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서 이십 여 년 전에 별세한 「이작 디네센」이라는 원작자에게
 스폿 라이트가 비추어졌다. 그 주인공이 바로 동아프리카 케냐의 커피농장주이자 남작부인이었고,
작가이면서 여성 탐험가였던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인물이다. 다섯 권의 소설집과 한 편의 장편소설, 그리고 두 권의 산문집을 세상에 내놓은 디네센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알려지지 못했던
거장 중의 한 사람이다.

  영화탄생 1백주년을 기념, 바티칸에서 발표한 「언제 봐도 좋은 영화」에
「바베트의 만찬」이 선정되어 수입이 되었으면서도, 흥행 부진을 이유로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3년을 창고에서 잠재웠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으며, 실제 흥행에서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3. 영화감독 : 가브리엘 액셀 (Gabriel Axel)

 1918년 4월 18일 덴마크에서 태어난 감독겸 시나리오 작가 가브리엘 엑셀은 프랑스와 덴마크를
오가며 젊은 날을 보냈다.

 덴마크 국립 연극 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한 가브리엘 엑셀은 파리와 코펜하겐 극장에서 연기경력을 쌓아 나간다.

 1953년부터 영화배우로 진로를 수정한 가브리엘 엑셀은 <Altid ballade>(1955)란 영화로 감독에 데뷔하게 된다.

 이후 감독과 연기생활을 병행하던 엑셀은 <Crazy Paradise>(1965)란 영화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활동을 겸하게 된다.

 50년대말부터 30여년간 수없이 많은 덴마크 영화를 만들며 자국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감독이자 작가의
한 사람으로 생활해오던 가브리엘 엑셀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인 덴마크 출신의
여류 작가 이작 디네센의 단편을 영화화한 <바베트의 만찬>(1987)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요리사가 복권에 당첨돼 마을 사람들에게 만찬을 대접한다는 단순한 내용의 영화지만 이 안에
세상을 살아가는 훈훈하고 아름다운 삶의 두께를 집어넣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기독교 작품상,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로테르담 영화제 작품상 등 거의 모든
 국제 영화제를 휩쓰는 기염을 토한다.

 엑셀은 이 영화의 성공으로 유럽 국가들의 자본을 모은 다국적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1995년에는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 관한 열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Lumiere And Company>를 만들었다.

 

 

 

 


4. 영화감상 주요 포인트

(1)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2) 신앙으로 마을사람들이 화해하지 못하는데, 요리로 화해하는 점을 숙고해보자.

(3) 인물들의 대화에 귀기울여서 감상하자.

 

 

 

 


5. 묵상

(1) 영화의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어느 부분이라고 보는가?

(3) 바베트의 만찬을 예수님의 최후만찬과 비교해보자.

(4) 영화속의 반 금욕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맛있는 영화 -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김영철 

 

 

 

 

매일 밥을 먹는다.

체력을 유지해 살아가기 위해서다.

안 먹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면 밥은 동물들의 그 것처럼 단순한 먹거리에 불과한 것인가.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에 나오는

바베트, 그녀가 만들어 먹고 먹이는 밥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고 사랑과 화해의 매개가 된다.

가난한 영혼에 따스함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메신저가 된다.

 

 

Babette

 

 

영화의 배경은 1800년대 덴마크의 외딴 시골마을이다.

루터敎 금욕주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마르틴느와 필리파 자매. 70대를 넘긴 이 두 늙은 자매는 독신이다.

사랑이 있었고 남자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 교회 목사로,

엄격한 금욕주의자였던 아버지로 인해 욕망을 접었다.

그리고는 금욕의 산물처럼 둘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금욕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목사 아버지가 죽고난 후,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핍박해진다.

이웃들끼리의 반목이 끊일리 없고, 덥혀져 왔던 불륜관계도 속속 드러난다.

마을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텅텅 비어간다.

교회엔 예배도 찬양도 생기도 없다.

아버지 떠난 교회는 두 딸, 마틴과 필리파가 남아서 근근이 이어 간다.

 

이런 설정 속에 마틴과 필리파 자매의 사랑얘기가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 장군을 사랑했던 마르틴느,

그리고 프랑스 오페라가수를 사랑했던 필리파.

그러나 '세속적인 사랑과 결혼은 공허한 환상'이라며

금욕을 통한 경건한 삶을 추구하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쳐 스스로들 포기하고 만다.

그런 과거를 지닌 자매라, 그들이 함께 늙어 살아가는 모습이 안스럽다.

 

 

babettes-feast.jpg

 

 

여기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바베트라는 여자.

프랑스 내전의 와중에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잃고,

자신마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필리파의 옛 연인이었던

오페라 가수 파팽의 소개서를 갖고 피신차 자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영화는 바베트의 등장으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가 좀 전변된다.

일 잘하고 음식 잘 만드는 바베트는 교회 일을 도우면서

마르틴느와 필리파를 열심히 보살피고 마을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아간다.

 

 

sjff_01_img00451235054147.jpg

(음식재료들을 사들이고 있는 바베트)

 

 

10여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한 사건이 생긴다.

바베트에게 큰 돈이 생긴 것이다.

영화는 바베트가 1만 프랑의 복권에 당첨됨으로써

타이틀대로 본격적인 만찬 준비를 서두른다.

여기서 바베트가 1만 프랑 복권에 어떻게 당첨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베트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들 큰 돈이 생겼기에 궁색하고 고생스런 시골마을을 떠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바베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녀는 교회가 준비 중인 목사의

100주기 추도 예배를 준비케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뿐 아니라 예배 후 저녁식사 준비도 자청해 나선다.

 

 

 

 

 

식자재들이 몇 주에 걸쳐 마을로 반입된다.

마을사람들은 바베트의 부엌으로 옮겨지는 음식 재료들을 보면서 놀란다.

입에 대보지도 않던 샴페인도 있고,

소머리와 꿩, 메추라기, 거북이, 이상한 바다생물 등

생전 먹어 보지 못한 음식재료들이 바리바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놀란다. 그리고 두려워 한다. 금욕신앙으로 물들어진 마음들이다.

이런 재료는 성스런 추도 예배 음식용이 아니다.

악마의 잔치에 쓰일 음식재료들이다. 운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들은 그 것을 맛보고 즐길 수 없다.

"혀는 찬송과 감사하는데 쓰라고 주어진 것이다.

음식을 탐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Babettes Feast fruit pic.jpg

 

babette11235054091.jpg

 

 

12월 15일 추도일.

예배가 끝나고 마을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이 시작된다.

외부에서는 딱 한 사람이 왔다. 목사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로펜헬름 장군이다.

바베트의 손길이 바빠진다.

 

주방과 식당을 오가는 심부름하는 아이도 바쁘다.

음식들이 나온다. 그러나 좌중은 조용하다. 그럴 수 밖에.

마을사람들 - 열명 남짓한 노인들 -이 처음 보는 진귀한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내 놓아지는 음식에 설명이 따르지만, 처음 보는 음식들이다.

아, 먹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도 입맛이 절로 다셔진다.

 

 

 

 

 

장군이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간다.

감탄의 목소리다. 특히 에피타이저로 내놓은 와인을 마시는 순간에 그렇다.

"아, 아몬틸라도 와인이군요. 여태껏 마셔 본 것 중 최고입니다."

이어 나온 스프. 장군은 그 게 거북이 스프임을 알아 차리고는 어리둥절해 한다.

마을 노인들은 여전히 묵묵히 음식들만 먹고 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다. 좌중에 변화가 인다.

노인들의 표정이 밝아져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입맛 다시는 소리.

정성스런 대접과 맛있는 음식이 냉랭했던 노인들의 마음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말들이 나온다. 목사의 생전 얘기도 나오고,

유난히 추웠던 작년 크리스마스 얘기도 나오고.

서로 간에 잘못을 인정하고 비는 얘기도 나온다.

원수같이 지내던 두 노파의 말문도 터진다.

한 할머니가 트림을 하자, 옆 할아버지는 대뜸 '할레루야'로 받아 준다.

이 부분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s_feast2.jpg

 

BabettesFeast.jpg

 

 

맛있고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차려진 만찬,

그 만찬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음식으로 메추라기 새끼 요리가 나왔다.

장군의 감탄은 절정에 달한다.

파리의 유명한 '카페 앙글레'를 들먹인다.

그 카페에 유명한 한 여자 주방장이 있는데,

그 요리는 그 여자 주방장 밖에 만들 수 없다는 찬사가 담긴 감탄.

  

마을 노인들의 흥이 절정에 달했다.

교회 밖 우물가에 둘러 모인다.

그리곤 서로 손을 잡고 평소 함께 부르던 찬송가를 부른다.

아늑한 밤, 마을에 평화와 사랑이 흘러 넘친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바베트, 그리고 마르틴느, 필리파 자매.

바베트가 자매에게 조용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바로 '카페 앙글레'의 여자 주방장이 자신이었다는 사실.

가지고 있던 1만 프랑 전액을 들여 만찬을 준비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은 결코 마을을 떠나 파리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

1만 프랑으로 준비한 만찬이니 비싸고 화려한 만찬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맛있고 정성스런 음식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킨다는 감동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맛있는 영화다.

제목 부터도 그렇지만, 내용도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맛이 있는 영화다.

하나 간과할 수 것은 영화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기독교적 분위기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영화에서 바베트는 현신한 천사의 모습이다.

청교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반목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갖고 마을에 나타난 것이다.

마을사람들에게 차려 내 놓는 맛난 음식들은 말하자면 복음에 다름아닐 것이다.

 

 

 

 

우리의 밥을 생각해 본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밥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는 생각이다.

밥에 줄이 붙으면 '밥줄'이 된다. 이 것은 생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값이 붙으면 '밥값'이 된다.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 바로 '밥심'이 아닌가.

 

 

518W1MXW8ZL.jpg

(원작 소설 표지)

 

 

이 영화는 덴마크에서 1987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덴마크 영화는 우리들에게 좀 익숙치 않다.

유명하고 알려진 영화도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1996년 1월에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카렌 빅센(Karen Bixen)의 원작 소설에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이 각색한 것을

가브리엘 악셀(Gabriel Axel)이 감독했다.

마르틴느 역에 브리짓 페드스피엘(Brigitte Federspiel),

필리파 역에 보딜 카이어(Bodil Kjer),

그리고 바베트 역을 스테파니 오드런(Stephane Audran)이 각각 맡았다.

바베트 역은 원래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인 까뜨리느 드뇌브가 맡기로 했으나,

그녀의 개성연기 기피증으로 오드런에게 돌아갔다.

영화는 1987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언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냐시오영성카페에서-

출처 : 에니어그램97
글쓴이 : 랄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