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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독서록

자정의 픽션--박형서지음

 온지회 명문희 선생님 아드님 박형서의 소설. 아버님(춘교대국문과교수)의 영향으로 작가가 된 것 같다.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이어 두번 쨰 소설에 접하지만 보통의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른 구성을 하여 읽기 쉽지 않았다

 권선생님의 요약 발췌.

 

 논쟁의 기술: 어려서부터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익힌 논재의 기술로 화자는 현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논쟁한다. 작품 속 소제목을 보면 '자기 영역으로의 초대(전문영역,유리한 주제의 설정).은근히 겁주기.무시하기.얄밉게 웃기.말 돌리기와 문답법.상대가 모르는 예를 들기. 정신없이 들이대기. 말허리 자르기.반말하기. 몰아세우기. 괴상한 어법.딴청부리기.막나가기/.서둘러결론내리기.마지막수단'으로 제목만 들어도 유쾌.

 말발굽소리가 나고 종내 말과 마부로 출현하여 현교수를 살상하는 허구중의 허구지만 그 상징성은 얼마나 진실한지 우리의 삶의 현장은 논쟁으로 머리싸움으로 피터지는 전장이 아니던가. 유쾌한 재치. 비상한 허구,종횡무진의 지적유희가 고급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노란육교: 죽음의 세계로 가는 길은 어디일까? 인간 공통의 이 질문을 가지고 작가는 놀고있다. 느랏재(작가의 고향춘천에 소재)에서 세 명의 토목기사가 보랏빛 안개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망자를 발견하게 한다. 예외없이 자전거를 타고 안개속으로 사라지는 망자들. 세계 여기저기서 그런 길이 발견되고 관광객이 몰려오고 더 잘 보이도록 육교를 세워 노란 칠을 하고 ...그러나 관리문제.흥미감소로 그 길을 폐쇠한다는 베르베르 베르나르를 연상시키는 황당한 유머,기발한 착상,얼개에 치밀한 살붙이기가 아쉽고 속도감이 어지럽게 느껴진다.

 

 물 속의 아이: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모든 자녀들의 심리를 포착하여 작가는 모성을 볼모로 장난질치는 아이를 설정한다. 치밀한 계획하에 거짓기절을 시도하여 동생이 사랑받을 몫을 가로채고 부모사이를 떼어놓고 동생을 죽게하고 어머니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다 죽게 한다. 아이는 상상의 양수 속의 포근함에 잠겨 어머니의 눈길을 의식하며 유리파편에 찔려 피 흘리며 죽는다는 극대화한 심리극.작가는 '들킴에 대한 욕망'으로 착상을 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병적인 심리현상을 극대화하고 희화시킨 맛이 그럴 듯하게 재미있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 소설이 아니라 논문제목으로 느끼게끔 하여 독자를 한번 더 슬쩍 속이는 수법은 보르헤스를 닮았다. 작품 속 달걀의 쓰임을 성의 알레고리라는 결론으로 몰아가며 비평을 가장하여 능청을 부리는 작가.

 

 진실의 방; 경감.하수인O, 살인 용의자. 꼬마.고문실.악명 높은 고문실의 비열함을 꼬집는 작품. '진실의 방'의 심장소리를 들으려 안간힘을 쓰는 0는 고문으로 진실을 얻어내려는 고문자의 악랄한 진실캐기를 아이러니컬하게 꼬집고 있다.

 

 개연성없는 허구의 박형서의 소설은 지금까지 익히 읽어 온 소설의 구성요소를 파괴한다.

 황당한 근거의 이야기 전개. 막나가는 편집증의 자동 기술은 전자게임같은 느낌이다. 한국의 보르헤스를 기대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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