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도 못드신 분
만남 안에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 안에 만남이 있습니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고도 합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입니다. 새옹처럼 우리도 일상의 이면을 볼 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한 면만 본다면 삶은 참으로 고통스런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다고 다하고 나면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때와 장소에서 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기 잘못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또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무의식중에 남에게 안겨주는 고통들은 돌고 돌아 내 발등에 떨어지는 아픔이 됩니다. 자신만을 위한 일이 결국은 자신을 해치는 끔찍한 일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아주 작은 식당입니다. 그런데 점점 배고픈 손님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간이의자가 열 개뿐입니다. 그런데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일곱 시간 동안에 삼백 분이 넘게 식사하실 때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 시간 동안 쉰 명도 넘는 손님들이 식사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기도 하는 새옹지마와 같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느 날입니다. 손님들은 끝없이 찾아오시고 반찬은 떨어져갑니다. 급하게 반찬거리를 사서 돌아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리시는 손님께 담배를 하나씩 나눠드리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줄을 서지 맙시다. 경쟁사회의 선착순에서 밀려나 밥 한 끼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신세가 우리들입니다. 선착순에서 낙오된 우리가 또 경쟁사회처럼 선착순으로 밥을 먹는다면 너무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만큼은 배가 더 고프신 분, 몸이 약하신 분이 먼저 먹는 곳이 되어야 순서가 맞습니다. 그래도 줄을 서신다면 첫째부터가 아니라 꼴찌부터 밥을 먹어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순식간에 스무 명도 넘게 서 있던 줄이 흐트러졌습니다.
"어제 저녁도 못 드신 분?" 몇 분이 손을 듭니다. "어제 점심도 못 드신 분?"
아무도 없습니다. 어제 저녁도 드시지 못한 분이 먼저 식사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더 배고픈 사람, 더 불편한 사람, 더 약한 사람을 조금만 더 배려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따뜻한 배려로 먼저 식사하게 된 손님들은 양보해 준 뒷사람들을 다시 배려해 줍니다. 반찬도 다음 사람이 드시기 좋도록 남겨드립니다. 고마운 마음에 조금 빨리 식사를 하십니다. 어느 새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한 분도 없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겉모습은 똑같다고 합니다. 똑같이 잔칫상이 차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젓가락이 길어서 자기가 먹으려면 먹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여주어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천국은 서로 먹여줘서 모두들 배부르고 행복합니다. 지옥은 자기만 먹으려다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겨울철을 지내면서 점점 늘어나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지 않고도 행복한 밥상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빨리 온 사람들이 먼저 식사할 수 있는 선착순이 아니라, 더 배고픈 사람, 더 불편한 사람, 더 약한 사람들이 먼저 식사하실 수 있는 순서이기에 일어나는 놀라운 일입니다.
글,인생은 새옹지마 , 서영남(베드로) 수사님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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