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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물

[스크랩] 능소화 필 무렵

 

                                                                   

            

 

 

 

 

 능소화 필무렵

 

 

 

 

 

 

 

     
 

 

 

 

 

 

 

옛날에는 능소화 필 무렵을 참 좋아했습니다.

능소화가 피면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많이 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능소화가 피면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 손님들의 고생길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민들레국수집의 손님들도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막노동 일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업 때에도 우리 손님들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하루 벌어 겨우 사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6월 21일(토) 오늘은 아오스딩 형제님이 소고기 40킬로(미국 소가 아님)를 불고기로 재워서 가져오시는 날입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조금 일찍 민들레국수집으로 오는 길에 소불고기와 함께 낼 맛있는 상추를 좋은 것으로 사기 위해 흥남상회에 들렀습니다. 국수집 동네에서 사면 상추가 좀 싸지만 품질은 별로 입니다. 그렇지만 흥남상회에서는 좀 비싸지만 아주 좋은 상추를 살 수 있습니다. 상추와 양파 그리고 대파를 사서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김치 콩나물 국을 끓이고 반찬을 차려 놓고, 쌈장도 만들고, 상추도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과 부인께서 함께 오셨습니다. 소불고기 재운 것을 차에서 내렸습니다. 손님들께 조금씩 드렸는데도 저녁 무렵에 동이 났습니다. 경희 할머니가 불고기 먹으러 오셨다가 드시지 못하시고 달걀 프라이만 두 개 해 드렸습니다. 봉사자 분들이 참 많이 오셨습니다. 길에서 감자 다듬고 물김치 담그고, 잔치집이었습니다. 불고기 냄새는 풍기고 .....

 

두 달 전에 민들레국수집의 옆 가게인 쌀가게가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민들레국수집에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보증금이 없어서 집 주인께 두 달 후에 마련해서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마음 좋게 선선히 승락하셨습니다. 조금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런데 고마우신 은인들의 도움으로 오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10월 중순까지 냉동창고가 비워지면 드려야할 보증금을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6월 22일(일)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침에 우거지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맛이 괜찮습니다. 감자도 볶았고, 멸치 고추 볶음도 만들었습니다. 백일커플 신혼부부가 손잡고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의 유리문에 선팅작업을 해 주셨습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인 종현씨와 동윤씨가 파업과 장마 영향으로 방세 마련을 못한 모양입니다. 걱정말라고 달래어 놓았습니다. 장마 끝나고 일거리가 있을 때 부지런히 일해서 갚으라고 했습니다. 인력시장을 통해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은 기술이 없으면 참으로 힘듭니다.

 

새벽 세시 반에는 일어나서 씻고 나가야합니다. 운이 좋으면 뽑혀서 일하러 갈 수 있습니다. 저녁 여섯시면 끝나고 일당 오만오천원이나 오만원 받아서 10퍼센트의 수수료를 떼이고 집에 옵니다. 저녁먹고 씻고 곧바로 잠을 자지 않는다면 다음날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 일나가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소주라도 한 잔했다면 다음 날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한 달에 서너 번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서 억지로 일을 해야하니 얼마나 하기 싫은 일이겠습니다. 다시 더 하기 싫을 것입니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해서 손에 쥔 일당 오만원!  거기에서 만원을 뚝 떼어서 민들레국수집 반찬을 사는데 보태라고 내어 놓은 그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피 같은 돈 일텐데 말입니다.

 

 

 

출처,원문보기,민들레 국수집

능소화 필 무렵, 2008-06-22 15:03:38 , 서영남

 

 

 

 

 

출처 : 비 그친 저녁
글쓴이 : 프란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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