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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제주도 강정마을

[스크랩] [송강호] 8월 20일 옥중 일기

2012. 8. 20. () 맑음

 

월요일에는 다큐를 여러 편 보여준다. 오전에는 지구온난화와 재생 에너지에 관한 특집이었고 오후에는 보르네오 동북부의 마블섬에 살고 있는 바자우라는 해양부족에 관한 르포타주였다. 저녁 뉴스에 남해안의 바다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수온 상승으로 떼죽음을 당한 모습이 보도되면서 오늘 본 영상들과 교차되었다.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자연은 파괴되고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다시 자연이 인간의 세계에 복수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도 중요하지만 미군들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그리고 군 전술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 중요한 것은 바자우족처럼 에너지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 자족과 자제다. 현대과학기술을 총동원한 포경선으로는 더 많은 고래를 잡을 수 있고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섬의 라말레라 부족처럼 맨손으로 포경을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경을 제한한다면 인간은 고래와 공존할 수도 있다. 거대한 냉동실을 갖춘 원양선단에 의한 참치잡이를 금하고 바자우족들처럼 낚시로 참치를 잡은 것까지만을 허용한다면 세계의 바다는 참치나 다랑어 같은 큰 물고기들로 넘쳐날 거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이런 자제와 자족의 해양문화가 존재하지 않는가? 바로 해녀들의 물질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여겨진다. 잠수장비를 갖춘 미구리나 잠수부를 동원한다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채집을 할 수 있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그것은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대체에너지의 생산보다 무한한 인간의 탐욕을 자제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선이다. 평화운동가였던 간디가 물레를 돌렸던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긴 것이 동그란 안경과 고무신 두 쪽뿐이었던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방에서 인간이 더 적게 차지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궁리하게 된다. 세상에 인간처럼 자기 집과 방을 크게 만들고 사는 동물이 하나라도 있는가? 전쟁도 서로 더 갖겠다고 다투는 것이니 그런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싸울 일도 없지 않는가? 센가쿠열도를 놓고 일본과 중국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것도, 난사군도를 놓고 주변의 예닐곱 나라가 쟁론을 벌이기 시작한 것도 모두 그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에너지를 얻기 위한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인류가 아미쉬처럼 전기 없이 살기로 작정을 한다면 세상에서 최소한 에너지를 빼앗기 위한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평화운동은 어쩌면 오래된 자족 자제의 전통을 새롭게 살아내는 삶을 통해서만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구럼비야 사랑해
글쓴이 : 샘터마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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