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벚꽃과
눈 덮힌 한라산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보고 싶습니다."
(송강호 박사 구속적부심 마지막 즈음에)
구속 적부심 진술서
1. 도주의 우려에 대해서
저는 도주의 우려가 없습니다. 해군기지 반대 의사가 분명하고 저에게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현장에서 도주란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적인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국가의 공권력에 대한 전투에서 도망범이 되는 불명예스럽고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저의 정체성을 망각하지 않는 한 저는 우리 나라의 안보를 진정으로 위태롭게 하는 이 불의한 사업 현장으로부터 도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2. 재범의 우려에 대해서
해군기지 건설 사업단은 자손만대가 그를 통해 소득을 얻고 그 자연의 이기를 누려야 할 바다가 마치 현재 해녀들만의 소유인 것처럼 해녀를 매수하여 부당거래를 하였습니다. 이는 타인의 바다를 잠시 빌려 사용하는 현재의 해녀들이 팔아 먹은 셈입니다. 기지 사업장 부지 8만평의 농지 소유자들도 공갈과 협박에 의한 부당 거래였을 뿐 아니라 토지 소유자 103명 중 60명 이상이 강요에 의해 본인의 의지에 반한 강매를 당했습니다. 해군은 이 사업이 가장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거쳐 시작되고 진행되는 사업이라 거짓말을 하지만 이 사업은 전 마을 회장 윤태정씨와 이에 매수된 해녀들이 주축이 되어 마을 회의의 공고 기간도 지키지 않고 날치기 편법, 불법으로 진행된 불법 회의였습니다. 어떻게 천 년 세월, 이 마을의 운명을 좌우할 이 거대한 국책 사업을 공청회 한 번 토론회 한 번 거치지 않고 미리 짜 놓은 각본에 따라 정해진 사람들이 소수 반대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손뼉을 쳐 통과한 회의를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사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해군과 국방부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군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해군기지를 짓는다고 선전하지만 순진하고 무고한 시민들과 법 없이도 살아갈 제주도민들과 국민들을 폭행하고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사업을 어찌 국가 안보 사업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 나라의 소중한 자연 유산이자 세계적인 지질 유산을 무자비하게 폭파하고 부서뜨리는 자기 파괴와 자멸의 광기를 어찌 국책 사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보십시오. 지금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높은 분리 장벽과 수 겹의 윤형 철조망으로 육지뿐 아니라 바다까지 둘러싼 채 공사를 강행합니다. 저는 청년시절 휴전선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 해군기지를 볼 때마다 그 휴전선 철책이 생각납니다. 군부는 우리 국민을 적으로 삼아 우리 국민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공사 현장이 제주도 어디 한 군데라도 있습니까? 단순히 불법적인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부당함을 표현한 것에 대해 8개월 징역과 2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이 윤형 철조망을 밟고 넘어 왔다는 이를 턱을 찢고 이를 다섯 개나 부서뜨리는 경찰과 사법부를 어찌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 평생 여러 나라의 전쟁 피해자들을 돕고 우리 시대가 겪었던 인류의 대재앙을 찾아가 재난 피해자들을 돕는데 생애를 바쳤습니다. 저는 전쟁이 얼마나 인류 사회에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강철같은 근육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의 주검에 구더기들이 득실거립니다. 젊은이들이 사라진 폐허의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부서진 집의 냉기를 막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다리를 잃은 어린이들이 목발을 집고 절뚝거리며 지나갑니다.
전쟁은 오만에서 비롯됩니다. 오만한 자는 누구나 패망합니다. 해군은 전쟁을 막기 위해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강변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총기를 휴대하고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안전한 사회가 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실로 그러합니까? 우리 주변의 미지의 침략자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미리 총기를 사 두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일까요? 우리에게 그렇게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총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자들이지요. 국제 사회도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1조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기지가 건설되면 그 곳에 들어설 핵 미사일을 탐재한 이지스함들과 구축함들의 예산이 6조 5천억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예산이라면 7만 5천여 채의 서민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서귀포시만한 도시의 모든 서민 주택들을 거의 다 지어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을만한 어마어마한 비용이 10년만 지나면 고철이 될 무기 구입 비용으로 미국과 유럽의 무기 생산업자들에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달(4월) 말쯤 중국도 러시아와 공동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해와 서해를 망라해 공동 해상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서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요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 동북아, 서태평양 전진기지가 될 것에 대한 강대국들의 우려를 표현하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해방 전 우리나라가 일본의 군사적 영향권에 들어가 제주도가 일본의 군사적인 요새화가 되었던 것이 결국 일본 패망 이후 승전국 미국의 군정 시대에 제주도의 4.3 양민 학살 사건으로 이어졌듯이 만일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한미 군사협정에 의해 미국의 해군들의 군사 기지화 되어 대 중국 포위작전의 전초기지가 될 경우 또 다시 제주도는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의 희생양이 될 것이고 그 결과 그 승전국에 의한 또 다른 4.3의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13C, 원은 외세에 의존하던 고려를 치고 제주도를 빼앗아 자원의 직접 식민지로 삼았던 역사가 있고 그 원의 지배 말년에는 최영 장군의 이끌었던 고려 토벌대의 4.3 보다도 더 잔혹했던 대학살이 있었습니다. 이 강정의 주변부는 그 비참했던 역사의 중심입니다. 우리가 깨어있지 않는 한 역사는 반복됩니다. 제주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은 이런 비참했던 제주 역사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중대한 신호입니다. 이 경고 신호를 무시한다면 서귀포에서 중문단지 그 어느 곳도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핵 폐허가 재현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소말리아나 말래카 해협의 해적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우리 자손들의 대대에 걸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줄 국가적 재앙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런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하지 않는 한 그리고 이렇게 도지사의 중단 요청과 국민들의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깡패처럼 힘이 있다고 자기 마음대로 강행하는 이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안 막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를 막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자 제주도민으로서의 나의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이 나와 같은 사람을 가두면 공사가 무사히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내 뒤에는 1900명의 마을 주민들이 나와 같은 범죄자가 되어 내 뒤를 따를 것이고 만 명 이상의 성직자를 포함하여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들과 심지어 해외의 평화 활동가들이 이 범죄자의 대열을 따를 것입니다.
나는 법을 모릅니다. 나는 평생 법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신학자의 예지로 분명히 아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과 국제 사회를 적으로 삼고 진행되는 이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나라를 전쟁의 폐허로 만들고 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 넣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판사님의 차례입니다. 법을 수호하고 실정법을 지킨다는 명분을 들어 이 국민을 벼랑 끝에 몰아 세운 채 군부의 집단 이익을 추구하고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을 지원하는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 불법한 사업을 비호할 것인지 아니면 이런 반국가적인 사업에 맞서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시민들의 정의로운 불복종 운동을 정당한 국민적인 권리로 인정할 것인지 판사님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영장 실질 심사에서 검사는 제가 ‘정의와 평화를 들먹이며 사법부를 농락한다’고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제주 법정에서 여러 차례 재판을 받으며 이 제주 법정이 법을 들먹여 정의와 평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농락해 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솔직한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우리 사법부도 그리고 판사님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하나님을 믿고 있고 진실과 정의의 승리를 믿고 있습니다. 내가 무죄임을 판결하여 자유를 주시든가 아니며 불법한 군사기지가 무사히 건설되도록 다시 이 땅에 진실이 사랑을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는 세월이 올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둘지 판결할 권한을 판사님 당신의 이름을 걸고 똑바로 판결해 주십시오. 그리고 방청하시는 모든 분들께 부탁 드립니다. 이 판사님의 판결문을 이 분의 이름과 사진을 실어 온 세상에 널리 알려 주십시오. 역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2012년 4월 9일
송강호
(손문상-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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