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전에 ,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 놀랍게도 행복에도
자격이란게 있어서 내가 그 자격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할 서튼처럼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었고 돌이키기 힘든 아픈 우두자국을 내 삶에 스스로 찍어버린 뒤였다.
그 쉬운 깨달음 하나 얻기 위해 청춘과 상처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괴테의 말대로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겐 무거운 짐일 뿐" 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18년이었다.
그리고 돌아가 나는 신에게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항복합니다. 주님,하고.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가 있다. "남들은 자유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복종이 좋아요"라고 시작하는 시
,왜 자유가 아니고 복종이 좋은지,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만해의 생각을 얼핏 엿본 듯도 싶었다.
신에게 돌아가 항복을 선언하고 내가 자유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전혀 자유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나서 나는 비로소 나 스스로의 강박과 어둠으로부터 서서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서의 말씀은 그러므로 진리르 통해 자유를 얻기까지의 그 사이,
각 개인마다 특수하게 다를 미묘한 그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그건 고통일 수도 있고 방황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엎드려 중얼거린 대로 항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을 거치지 않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 보다 큰 것에 복종하는 겸허함 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가짜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에 순종하는 자만이 가짜 자유와 가짜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나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생은 길고 나누어야 할 것은
아주 많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아니까.쪼개져
백 배 ,천 배의 밀알이 되듯이, 쪼개면 쪼갤 수록 나누면 나눌 수록 풍성해지는 이 지상의
유일한 것 ,그게 무엇인지 이제 나는 알 것 같으니까.
장 루슬로의 시
다친 달팽이를 보게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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