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던진 삶과 영혼이 기록-
김영갑의 사진도 작가가 자기의 생애를 오롯이 다 던져 찍은 삶과 영혼의 기록이다. 마라도의 바다 사진에도 그의 영혼이 출렁이고 있고, 노을 물든 하늘 사진에도 그의 생애가 붉게 녹아 있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해 불평하며 자리를 옮겨 다니는 사진가들을 보며 “접근 방식이 틀렸는데 장소를 옮겨간 들 찍을 것이 나타날 리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2~3일 기다리다가 원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으면 자신은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투정을 부리거나 다른 사람의 행운을 부러워하는 사진가들과 그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는 필름에 담아야 할 풍경을 찾아 장소를 계속 옮겨 다니지 않았다. 그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자기가 담아야 할 사진 속에 들어가 살면서 자신을 그 안에 녹여 냈다. 며칠이 아니라 몇 년 몇 달을 거기서 살았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굶었고 어쩌다 돈이 생기면 필름을 먼저 사고 한두 시간 거리는 걸어 다녔다. 라면마저 여의치 않으면 냉수 한 사발로 끼니를 대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가난과 외로움과 자신의 예술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그런 태도를 중산간의 들판에게서 배웠다. 홍수와 가뭄과 태풍을 겪으면서 “끊임없는 비극과 고통 속에서도 비명 한번 내지르지 않고, 불평 한 번 없이, 절대로 도망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새 삶을 준비”하는 들판처럼 그는 살았다. 그는 찍어야 할 대상으로부터 인생의 자세와 예술 정신을 배우고자 했다.
“사람들은 노을 사진을 찍을 때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잠기면 카메라를 챙겨 돌아온다. 그러나 15분쯤 후의 노을은 더욱 장관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그 황홀한 아름다움은 단 2~3분 안에 사라진다. 해가 솟기 20~30분 전의 청자빛 하늘은 한겨울이 으뜸”이라고 그는 말한다. 삽시간의 황홀을 놓치지 않고 그가 찍은 사진들은 그렇게 풍경을 오래 사랑하고 오래 기다릴 줄 안 결과였다.
그는 아름다움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는지를 알았던 사람이다. 아름다움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며 어떻게 영혼에 평화를 주는지를 알았던 사람이다. 그는 미학 이론을 말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값지고 가치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말하고 있다.
-돈·명예 아닌 ‘정신’을 남기다-
그러나 그 사진은 ‘가난한 사진작가의 길’ ‘고독한 인간의 길’ ‘자유로운 영혼의 길’에서 얻은 것들이다. 그는 제주로 내려가 오직 제주도 사진만을 찍었다. 긴장이 풀어진다 싶으면 전화도 없애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이고 철저히 외로워지며 작업에만 전념했고, 없는 돈을 모아 매년 전시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려고 했다. 오직 자신의 예술만을 위해 의료보험증도 없이 신용카드 하나 없이 아내와 가족도 없이 철저하게 자기의 길을 갔다. 그러다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2년 전 세상을 떴다.
김영갑이야말로 ‘온몸으로 온몸을 평생 밀고 간’ 작가였다. 그는 돈으로 상을 사거나 이름을 구하지 않았다. 추천작가가 되려고 중앙을 기웃거리지 않았고, 대가의 그늘에 들기 위해 여기저기를 몰려다니지 않았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예술이 되는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갔다. 그의 짧은 생애는 외로웠지만 우리는 그를 통해 어떤 것이 진정한 예술인지, 작가정신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도종환/ 시인〉
바람 없는 맑은 날 바라보는 바다와, 맑고 파도가 거친 날 바라보는 바다가 똑같을 수는 없다.
물때에 따라서도 바다의 느낌이 달라진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바다를 보아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할 것 같은 평범한 풍경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풍경을 떠올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본다는 행위에도 육감이 동원돼야 한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들어보고 맡아보고 쳐다보고 난 후 종합적인 감동이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그 감동까지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난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것을 거부한다.
설명할 수 있으면 글로 표현했을 것이다.
설명할 수 없기에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하늘을 본다.
습관적으로 무의식 중에도 하늘을 본다.
별이나 달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름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 하늘을 본다.
구름의 변화에 따라 내 마음도 달라진다.
그렇게 구름의 변화를 쫓아 동분서주하며 섬에서 20년 세월을 보냈다.
변화무쌍한 구름을 쫓아다니며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며 긴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광풍같이 찾아온 루게릭을 몰고 온 구름 역시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죽음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언제까지나 당당하게 싸울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걸어갈 것이다.
어느 날인가 태풍 루게릭을 몰고 온 먹장구름이 서서히 물러가기를
의연히 기다리리라.
태풍이 물러간 뒤의 파란 하늘과 고요...
그리고 평화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 -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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