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에서 배우자 /윌리엄 화이트
저자 서문
몬드라곤을 알기 전까지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은 이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공업화된 경제체제 속에서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이 살아남거나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저자가 몬드라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코네대학 학회지에 실린 로버트 오크샷의 논문을 통해서였다.
1975년4월 독일 마샬기금의 후원으로 몬드라곤을 방문하여 현장학습을 하였고, 1983년 재차 방문하여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이 인간적인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재조직해갔던, 고통스럽지만 성공적인 투쟁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1986년 몬드라곤을 떠날 즈음 몬드라곤은 역동적인 성장기로 진입했다. 실제로 바스크 지방 전체의 실업률이 25%를 넘어섰음에도, 몬드라곤협동조합들은 5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며 19,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일고용 상태로 일하고 있다.
역자 : 김성오
김성오는 노동운동가로 1990년 말 공장활동을 접고 몇 개월간 앓아누웠다. 소련의 붕괴~
명상과 절, 독서와 등산으로 소일하며 20대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즈음 이남곡선배로부터 몬드라곤 협동조합 이야기를 처음 듣고, 그와 관련된 책을 10여 권 얻었다. 세 권은 영어책이었고 나머지는 일어책이었는데, 그 중 한권이 윌리엄 화이트와 캐서린 화이트 부부가 쓴 Making Mondragon이라는 책으로, 바로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의 원서이다. 번역은 약 1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 사이 건강은 회복되었고 눈빛도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책이 출간되고 일곱 해쯤 지나 미국 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한 뛰어난 사회학자 윌리엄 화이트 교수가 별세하셨다. 2000년쯤 후속 판을 내야 한다고 압박이 들어왔다. 교수가 작고하신 마당에 감히 진행하기 힘든 작업이다.
1992년 당시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몬드라곤을 통해 뭔가 다른 희망을 찾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몬드라곤은 그때와 달리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아니면 제3의 무엇이냐 하는 거대 담론의 측면보다는 우리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생활에 밀착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일자리문제, 고용문제이다. 더 나아가 몬드라곤의 경험은 우리에게 기존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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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호세 마리아 지도력
돈 호세 마리아를 되살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를 본보기로 배울 수 있다. 역사를 되 돌이켜보면, 그것은 종종 일개인의 창의와 조직적 지도로 설립되었으며 또 그에 의해서 운영되었고, 그의 신봉자들은 그를 의지했다. 그리고 그가 조직을 떠나면 협동조합은 붕괴되거나 영원히 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돈 호세 마리아는 달랐다. 그는 도전과 지원의 비범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또 노동인민금고의 설립을 제외하고는 조합원들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는 성장, 변화, 발전을 위한 기본 틀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결정권을 가진 직위에 앉은 일도 없다. 그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위한 이념을 제시했지만, 한 번도 협동조합 이사회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는 최초의 창안자이자 기획자였지만, 자신이 제시한 계획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항상 그들에게 일임했다.
돈 호세 마리아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으며 동료 협동주의자들과 논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래를 향한 강한 책임의식은 그의 후계자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조직적 창조성을 갖추게 했다. 간부직에 있는 지도자는 자신이 더 이상 지도력과 권위를 발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조합원들이 독자적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을 억누르고 조합원들을 지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이 조합원들의 생각을 지배하게 되는 자연스런 경향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직문화
몬드라곤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의 상호 의존성을 인식했다. 미국의 패턴은 분리와 특수화였다.
예를 들어 초기에 전국협동조합은행은 노동자생산협동조합에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대리인들에게 자금을 대주기는 했지만, 그 돈은 은행이 협동조합에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뒤에야 기술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협동조합을 조직 계획하고 구체화하는, 때로는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리는 과정에서 조직자들이 은행으로부터 아무런 기술 지원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책은 이후 변화되긴 했지만,이들이 재정지원과 기술 지원 측면에서 기업의 상호 의존이 꼭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미국에서 기술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가들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조언자들이 매우 전문화되어 있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점이다. 소규모 사업의 경영자는 법률가나 회계사의 지원이 필요하며, 제조.판매. 조직의 발전을 위한 기술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법률가, 회계사, 시장 전문가, 기술 고문들은 각자 어떻게 조직을 세우고 경영할 것인가에 대해 일반적인 조언에 그칠 테고, 그 결과 서로 충돌되며 조화되지 않는 관점들을 내보일 것이다.
이에 비해 몬드라곤에서 이들 조언자들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완성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표현되는 하나의 체계 속에서 일하고 있다. 고문이나 조언자는 조직과 기술 전문가 사이의 교량역할을 해야 하며,필요한 경우 기술정보와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디어를 사업 전략적 차원에서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분명히 사회적 기술적 격변기에 살고 있다. 이런 세대에는 조직과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에 대한 전통적인 전략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엄혹한 경제적 기술적 현실에 직면해서도 인간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몬드라곤은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다.도전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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