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음식 떡 영양학 |
2008-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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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에 반드시 먹는 절식이 바로 떡국. 떡국은 흰가래떡을 얇게 썬 것을 고기 장국에 넣어 끓인 뒤 고기 볶은 것, 달걀 지단, 파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우리 나라에는 떡국을 절식으로 먹기 시작한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1611년에 허균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서울의 겨울철 음식으로, 1816년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정월 절식으로, 또 1827년에 서유구가 지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중 ‘정조지(鼎俎志)’에 설날 아침의 절식으로 나온다. 떡은 곡물을 주원료로 한 우리나라 전통 요리의 하나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윤서식 교수가 지은 <한국의 음식용어>란 책에는 떡류로서 200여 가지나 기록되어 있다. 떡의 종류를 크게 나누어보면, 곡물을 시루에 찌는 ‘시루떡(증편이라도고 함)류’, 시루에 찐 다음 안반이나 절구통에 넣고 치는 ‘친떡(도병이라고 함)류’가 있으며, 곡물가루를 반죽하여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으로 지지는 ‘지진떡(전병이라고도 함)류’, 기름에 지진 않고 삶은 다음 건져서 여러 고물을 묻히는 ‘경단류’가 있다. 모두 곡물이 주원료이지만 감자, 호박고지 등 채소와 곶감 등의 마른 과실류, 팥이나 콩 등의 두류, 참깨 등의 종실류도 함께 사용한다. |
떡의 맛은 전분의 변화가 좌우 떡은 만든 직후에는 매우 맛있는 음식이지만 시간이 지나 굳으면 먹기도 어렵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찌든지 구워야 한다. 왜 그럴까? 떡의 주 원료인 곡물의 주성분은 전분이다. 그래서 떡 맛은 이 전분의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분은 포도당이 여러 분자 결합해서 만들어진 아밀로오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라는 고분자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아밀로오스는 포도당 분자가 수십 개 내지 수백 개가 긴 사슬 모양으로 결합한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고, 아밀로펙틴은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에 이르는 포도당 분자가 많은 가지를 쳐 그물 모양으로 결합한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멥쌀과 찹쌀은 바로 전분을 구성하는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배합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멥쌀은 17%정도가 아밀로오스이고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며, 찹쌀은 거의 대부분이 아밀로펙틴이다.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들었을 때 찰기(점도)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분을 물과 함께 가열하면 점성이 높은 풀이 되는데, 이 변화를 ‘호화(糊化)’라고 부른다.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강한 결합이 물과 열에 의해 풀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식품화학에서는 알파(α)화라고 부른다. α화된 전분, 즉 α전분은 원래 전분(베타(β)전분)과는 성질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
냉장 보관하면 전분의 노화가 촉진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드는 것은 원료 곡물 중의 β전분을 α전분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맛있고 소화도 잘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α전분은 시간이 지나고, 냉각되면서 차츰 원래의 β전분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전분의 노화(老化), 또는 β화라고 부른다. 풀어져 있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이 원래의 단단한 결합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맛도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된다. 전분의 노화는 어떤 조건에서 잘 일어날까? 첫째, 온도가 0~3℃일 때, 둘째, 수분 함유량이 30~60%일 때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이 두가지 원인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노화를 방지, 또는 억제할 수 있다. α전분의 상태로 있는 떡이나 밥을 오랫동안 보관할 경우, 떡이나 밥이 따뜻할 때 냉동해 가능한 빨리 얼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전분이 노화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수분이 얼음으로 변해 α전분상태가 유지되므로, 해동하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0~10℃인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수분이 그대로 있고 동시에 노화가 진행되기 쉬운 온도이므로 상온에 둘 때보다 더욱 빨리 노화가 일어난다.
설 무렵 밤참으로 굳힌 인절미나 가래떡을 구워 먹곤 한다. 딱딱해진 떡을 화로나 석쇠에 구우면 구수한 냄새와 함께 떡 표면이 누룽지색으로 변하고 부풀어 오른다. 표면이 누르스름하게 변하는 것은 떡 중의 아미노화합물(아미노산, 단백질 등)과 카보닐 화합물(포도당, 과당 등)이 반응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아미노-카보닐 반응’이라고도 함)’에 의한 것이다. 고기를 구울 때, 참깨나 콩을 볶을 때, 쿠키를 만들 때의 맛있는 냄새 역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결과다. 또 뜨거운 열을 받으면 떡 속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며 격렬한 분자 운동을 하게 되는데, 떡의 껍질은 점성이 높아 마치 고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고온에서 빨리 굽는 것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구울 때 더욱 잘 부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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